군데군데 등장하는 고양이들의 컬러사진도 너무 깜찍했지만 내 눈에 콕 들어온 건 그림이다. 가구와 사람이 배치된 집 설계도 안에서 귀가 쫑긋한 고양이들을 찾아내는 것은 신나는 일이었고 점선으로 그어진 고양이들의 이동반경도 상상력을 자극해대기 시작했다. 낡은 집의 BEFORE / AFTER의 변화는 놀라웠으며 1인 가구 세대주부터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한 6년차 시골부부의 넓은 건물까지 구경하면서 내가 만약 우리 고양이들과 함께 살 공간을 건축한다면 책 속 집 중에서 어떤 집에 가까울까? 비교해 보기도 했다.
사람과 고양이가 공존하는 공간에서 '안전'을 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안전하면서도 고양이의 조망권이 보장되는 그런 집으로 이사하고 싶어진다.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갈망이 짙어지지만 결과적으로 책을 읽어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구체적인 목표가 생겨, 잠시 늘어져 있던 일상의 게으름을 떨쳐낼 수가 있었기 때문에.
반려견, 반려묘와 함께 사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건축 사무소가 점점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아마 늘어나게 되지 않을까. 반려동물이 있는 가구수도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책 내용 중에 '창가에 고양이가 보이면 좋다'는 부분이 있는데, 그 맘에 100% 공감했다. 늦은 밤 좁은 골목길을 지나다가도 문득 올려다본 창틀에 고양이가 누워 있거나 앉아 있으면 잠시 걸음을 멈추고 바라보게 되니까. '저 집도 고양이가 있는 집이구나'하고 반가운 마음과 안심되는 마음 둘 다 들고 만다. 아는 이웃이 아닌데도 그렇다. 괜히 혼자 반가운 마음이 든다. 물론 작가는 사랑받고 있는 고양이 모습을 상상하며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지만.
아내 그리고 9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 저자의 일상처럼 문체도 평온해서 책은 술술 읽힌다. 군데군데 고양이 그림이 너무 귀여워서 책장이 더디게 넘겨질 때가 있는데 그 외 글은 쉽고 공감가는 내용이라 후다닥 읽어버리고 말았다. 사진 한 장 없어도 너무 신나게 읽은 고양이책 한 권.
사람의 생각이 담긴 에세이를 읽는 것도 즐겁지만 이렇게 고양이가 등장하는 에세이를 읽으면 묘하게 힐링이 되곤 한다. 좀 특이했던 건 목차에 적힌 제목들이 하나같이 길게 쓰여져 있다. 시인이라서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