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는 작가의 추리소설인데도 주인공 이름하며 흐름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원작도 탄탄했지만 번역까지 매끄러워 가독성이 높은 소설이다. 그래서 붙잡자마자 단숨에 빠져들어 끝까지 읽고 말았다. 고백하자면 그만큼 흡인력이 높아 절대 도중에 다른 일을 병행할 수 없었다. 그간 신체를 절단하거나 서로 짜맞추어 프랑켄슈타인처럼 던져놓는 스릴러들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봉제인형 살인사건'은 같은 소재를 전혀 가볍지 않게 빠른 속도감으로 독자를 휘몰아감아 정신차릴 수 없게 만든다.
여섯 명의 사람의 신체를 절단해 하나의 시신으로 이어놓은 범인이 지목한 형사는 울프. 과거 한 사건을 다룬 재판장에서 소란을 일으켜서 왠만한 사람은 그의 얼굴을 아는 유명한 형사이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언론인 아내의 전남편인 그를 왜 범인이 지목한 것일까. 도발? 범죄를 사이에 둔 라이벌? 천적? 알 수 없는 미스터리는 희생자 여섯이 누구인가? 라는 궁금증만큼이나 몹시 흥미로운 대목인 셈이다. 게다가 범인이 보낸 예고 살인 명수도 여섯, 시장으로 시작해 울프로 끝나는 살생부의 의미는 어떤 것일지....범인이 누구인가? 는 아예 뒷전으로 밀려 버렸다. 궁금증 투성이지만 늘어지는 부분 하나 없이 박차에 박차를 가하며 이야기는 빠른 물살을 타고 흐른다.
'방화 살인범'의 머리와 그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의 몸통, 보호관찰관의 오른팔, 정보를 유출했던 배심원의 왼다리, 수사관의 오른다리, 거짓진술을 알아챈 로펌임원의 왼팔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울프와 연관된 과거 사건 하나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칼리드의 무죄 석방이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이었음이 드러난다. 그리고 자신도 잊고 있던 '악마소환'을 기억해낸 남자의 선택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찰하게 한다. 또한 볼거리로 전락해버린 '정치','뉴스'에 대한 한숨도 자아내게 만들고.
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과거 사건와의 교차점을 발견하는 대목에서 카타르시스격인 시원함을 느낄 수도 없었지만 인상깊은 추리 스릴러다. 사회소설을 읽은 듯 생각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다. 반대로 킬링타임격으로 가볍게 읽히지 않아 좋았다. 다만 처음과 중간의 임팩트보다 결말의 임팩트가 약했다는 점은 아쉽다. 뭔가 통쾌하지도 시원하지도 않은 찝찝함이 남은 결말이랄까. 다 밝혀졌는데도 의문투성이라서 드는 느낌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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